지난 달 24일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가 호주에서 열렸다.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로 호주 퀸즐랜드주가 CNN 인터내셔널, 유네스코(UNESCO) 등과 함께 개최하는 행사이다.

이 영화제는 토착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작품성이 우수한 영화에 갈채를 보내기 위한 국제적인 사업으로 2007년에 시작되어 올해 10회를 맞이했다. 올해에는 우리나라 배우와 영화들의 수상도 눈에 띄었는데 배우 윤여정 씨가 ‘죽여주는 여자’로 심사위원 상을 수상했다. 또한 ‘우리들’이 청소년 장편 영화상을, ‘서울역’이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다. 거기에 이창동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 제작 기획 펀드를 박주영 씨가 받았다.

국내에서는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 했지만 우리들의 정서를 잘 담아 세계에서 호평을 받게 된 이번 영화제는 다른 어느 때 보다 의미가 있다. 한국 영화인들의 좋은 소식이 많았던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에서 기획 펀드를 받은 영화 프로듀서 박주영 씨를 만나 보았다.

최근 둘째를 출산하고 산후 조리를 하는 중이라 신체적·심적으로 힘든 가운데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는 박주영 씨는 다시 영화 일을 할 생각에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영화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같이하는 일이서서 힘들 때는 두 가지 면에서 다 어려워져요. 그런 점에서 육아도 영화랑 많이 비슷하죠.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만들 수 없을 때에요. 워낙 거대 자본이 들어가고 영화 작업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니까 검증해야 할 시간도 길고 어렵죠. 최근에 출산도 있었고 여러 가지로 힘들었는데 이번에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에서 기획 펀드를 받게 되어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영화를 만들 수 없을 때 가장 힘들다는 그녀에게 이번 기획 펀드는 가뭄에 단비이자 솟아날 구멍이 되어 주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 영화제이고 기획펀드라는 것도 낯설어 어떠한 의미인지 궁금했다.

“기획펀드는 영화 기획 단계에 펀드 투자를 제공 받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이 펀드를 받았고 한국에서는 두 번째로 제가 받게 됐어요. 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지만 소중한 투자를 받은 만큼 어깨가 무거워 지네요.”

영화제에서 제공받는 자본이기에 자신의 영화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따른다는 그녀는 현재 영화 제작자이다. 영화감독과 영화배우는 잘 알려진 직업이지만 영화 제작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인데 그녀는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대학 때부터 영화 동아리를 했어요. 영화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동아리는 없어서 영화 감상하는 동아리에서 열심히 영화를 찾아봤습니다. 그러다 대학 졸업 때 학교 선배가 CINE 2000 이라는 영화사가 직원을 뽑는다길래 지원해서 기획실에서부터 영화를 배웠죠. 처음 포부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이라는 단체에서 일해 보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직원을 채용하지 않던 터라 첫 걸음을 영화 쪽에서 시작하게 됐고 이후 계속 영화 기획과 마케팅 쪽 일을 하게 되었어요.”

“지난 2012년도에 ‘범죄소년’이란 영화를 제작했을 때는 2013년도에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에서 최우수 청소년 영화상도 받고 해외에서 상을 많이 받았었어요. 얼떨떨하기도 하고 힘들게 만든 영화가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기도 했죠. 많은 사람들이 영화 쪽 일이 힘들다고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즐거움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찾아보다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그녀가 만들게 될 다음 이야기는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이번에 투자를 받게 된 영화는 ‘연백(morning star)’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요. 둘 째 아들을 북에 두고 와서 몹시 괴로워하는 할아버지와 그걸 이해할 수 없는 손주의 이야기에요. 한국과 중국이 주 배경이 될 예정이고 새해에 만들어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이전 영화와 이번 영화 모두 사회성이 짙은 작품을 만드는 그녀는 앞으로 어떠한 영화를 만들고 싶을까.

“사회성 짙은 작품을 꼭 만들어야겠다 그런 건 아니에요. 판타지, 어린이, 가족 영화 어떤 장르든 영화라면 모두 관심이 있어요. 영화를 통해 현실에 대한 대안과 미래를 제시하고자 하는 게 목표이기에 거기에 부합한다면 어떠한 방식의 영화든 상관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와 흥미를 더해 관객들과 소통하면 좋겠지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그 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번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에서 기획 펀드를 받게 된 박주영 씨는 이번 일을 통해 좋아하는 일에서 인정받는 기쁨을 누렸다. 기쁨과 설레임 속에 제작하게 될 영화 ‘연백’을 만나게 될 2017년이 기다려진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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