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집을 매매하고 올 2월에 이사를 했다. 그런데 여름에 보았던 집과 달리 집상태가 엉망이었다. 곳곳에 곰팡이가 매우 심해 청소비만 70만원이 들었고 베란다 창고 선반과 서랍장 등은 모두 들어내야 했다. 아파트에 살아 본 경험이 없어서 고층과 외곽 집에 대해 잘 모르고 환기 잘하면 괜찮다는 말만 믿고 덜컥 집을 매매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래도 매매한 집이니 체념하고 있었는데, 5월에 누전사고가 발생했다. 안 그래도 미세먼지가 심해 환기하기도 어려운 봄날 물이 벽을 타고 흐르는 결로 현상을 보며 두통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결로로 인해 부엌 뒷베란다에서 누전이 발생되고 나니 더 이상 그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아니다 싶은 것은 빠르게 수정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다시 집을 알아보았다.

당시 매매한 집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 거주할 목적이었으므로 어차피 한 번 이사할 거였는데 좀 빨리 한다 생각하고 이번엔 초등학교까지 보낼 곳으로 이사 가자는 핑계로 남편을 설득했다. 그리고 이번엔 10층 이하 가운데 라인으로만 집을 보았다. 이렇게 집을 고르니 안 그래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좋은 집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몇 달 집을 알아본 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10층 이하 가운데 라인의 집에 결로가 없다고 해서 집을 계약하고 9월 이사를 했다. 한 해에 두 번 이사를 하는 것이 주부로서 매우 큰일이기도 하지만 환경 변화에 민감한 아이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그나마 결로 많았던 전 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짧으니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는 데에는 괜찮을 거라고 위안하며 새 집에 적응하기 위해 짐들을 정리하고 겨울을 맞이했다.

이전에 살던 확장집 보다 외풍도 심하지 않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며 매우 만족한 생활을 하던 도중 크리스마스가 있던 주에 이번 집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독감에 걸린 아이와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던 중이어서 종일 보일러를 틀긴 했지만 그리 높은 온도로 틀지도 않았고, 강추위이던 날에도 없던 결로가 날이 풀리던 날 아침 안방전창에 생긴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거실 창에, 며칠 뒤에는 부엌 뒷 베란다와 다른 방 바깥 창에 조금씩 물기가 맺혔다.

결로 때문에 엄청난 소동을 겪고 10층 이하 가운데 라인만 골라서 이사를 했건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머리가 지끈 거렸다. 전 주인에게 전화를 해 문의했으나 자신들이 사는 동안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하루 1회가 안 되면 최소 이틀에 한 번은 환기도 하고 실내 온도가 높지도 않은데, 더욱이 기온이 낮은 날이 아닌 왜 높은 날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골치가 아파 불면증이 왔다. 환기하면 곧 사라지는 결로 현상이긴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계속 전전 긍긍 했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 친구 엄마가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바깥 창의 결로 현상은 동향집인 경우 직사광선 해가 비치면 급격한 온도 변화로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남동향의 집과 남향의 집들도 이런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이전 서향집에서 이런 결로가 생기지 않은 이유는 해가 잘 들지 않아서란다.

문제의 원인과 의문점이 풀리고 나니 답답한 마음이 좀 가셨다. 그리고 집을 구할 때 가격이 마음에 들면 층이 높거나, 층이 마음에 들면 외곽 집이거나 할 때도 느낀 거지만 세상에 내 입에 맞는 완벽한 집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맞으면 그것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나머지는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사는 것이 최선이다.

생각해 보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어떤 일의 60% 정도만 충족되면 그것에 만족하고 나머지 부분은 감수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은 늘 변화하고 지금 절대적인 것 같은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상대적인 게 되고, 그게 해결된다고 다른 문제가 안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사안을 가볍게 바라보는 마음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것을 2016년 두 번의 이사를 통해 크게 깨달았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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