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의 끝은 어디인가.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일부 명단이지만 블랙리스트 문건이 존재하는 것은 맞다” 며 특검이 블랙리스트 일부를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그간 각종 의혹의 꼬리를 물고 떠돌던 리스트의 실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공식 확인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블랙리스트를 다른 말로 옮기면 살생부이다. 쉽게 말해 정부시책에 반대하는 문화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탄압의 방법이며, 역사적으로 독재정부 말기에 즐겨 사용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 정권이 행한 문화말살 정책이며, 모택동에 의한 문화혁명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민족정신 말살을 위한 검열> 제도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의 <검열> 제도이다.

블랙리스트의 공통점은 예술인 탄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은밀히 시행되는데 있다. 때문에 특검에서도 수사가 그만큼 어려웠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특검은 블랙리스트를 행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그 칼날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을 향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이 “퇴임 직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으며, 2013년 8월 김기춘 전 실장의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그리고 박영수 특검팀도 5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활용 과정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전 청와대 정무수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련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 수사의 마지막 종착점은 김기춘과 조윤선인가? 그 윗선은 또 없을까?

윗선은 박근혜 대통령이며 국정원의 개입이다. 국정원의 개입이 드러날 경우 문제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개입은 문화·예술인 사찰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특검팀의 수사선상에 오른 문체부 고위직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부터 실무자들이 예산 배정안 등을 당시 김종덕 장관에게 보고하기 전에 ‘전무’라고 불리는 <문체부 출입 국정원 정보관>을 통해 국정원의 검토를 받는 게 관행이 됐다.”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모르지만 예산 배정에는 국정원의 검토가 있었단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개탄할 일이다.

오태영(극작가)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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