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시인 정현종의 ‘방문객’이란 시에 나오는 문구다. 이를 몸소 체험한 이가 있다. 지난 3년여 동안 SNS 친구 5500여 명을 실제로 만나 그들과 나눈 대화를 책으로 낸 이창민(30·사진)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4년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소통영웅’으로 인터뷰하면서 국내1호 SNS작가로 명명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 주최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사람 눈도 마주 보지 못해 정수리만 봤던 왕따였어요. 가정 형편도 안 좋고 항상 혼자였어요.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도 그랬죠. 그러다 지난 2013년 여름,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한 달 간 입원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푸념하는 식으로 SNS에 글을 올렸는데 댓글이 달리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온라인 친구라고는 3명이 전부였는데 말이죠.”

2011년 이창민 씨는 간암에 걸린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했다. 수술 후 몸이 붓고 기운이 없어 1년 넘게 방에서 누워 지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굳게 마음먹고 동네 문방구 물건 진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흘 후 인도를 타고 오르는 오토바이에 부딪혀 크게 다쳤다.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그에게 SNS 친구들의 응원은 힘이 됐다.

이 씨는 퇴원 후부터 SNS 친구를 실제로 만나기 시작했다. 무작정 만나달라고 했다. 거절도 많이 당했다. 10명 중 9명은 퇴짜를 놨다. 그래도 매달렸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만나다보니, 하루에 20명도 넘게 만날 때가 있었다. 단 3가지 기준은 있었다. 얼굴을 올리지 않는 사람, 19금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올리는 사람, 먹는 사진만 올리는 사람. 이들은 만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 씨는 SNS 친구에게 얻은 조언, 대화 등을 정리해 2014년 4월 ‘병자’, 이듬해 ‘세상을 보는 안경, 세안’이라는 책을 냈다.

“저는 작가가 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정말 ‘사람여행’을 떠났던 것 같아요. 포켓몬스터를 보면 어떤 포켓몬이 나올지 모르잖아요? 저 역시 그랬어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별 사람 다 있었지만 사람 보는 눈이 생기더라고요. 대부분은 좋았어요. 다양한 직업군에 있는 분들이 자신의 현장 경험을 들려주시니, 간접 경험을 한 셈이죠.”

고교 졸업, 대학 중퇴. 내세울 만한 스펙이 없던 이 씨는 취직 대신 친구를 만나러 다녔다. 정치인부터 연예인 등 이 씨는 만난 사람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어 SNS에 하나씩 올렸다. 생활비는 주로 화장품 공장이나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 택배회사 등에서 단기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었다.

“사람을 만나면 커피 값은 당연히 제가 내야죠. 돈보다 더 귀한 사람을 만나는 데 말에요. 어떻게 보면 남는 돈도 없고 쏟아 붓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만큼 사람을 통해 제가 변했으니까요. 또 그렇게 만난 귀한 인연이 도움의 손길을 주셔서 머무를 곳도 마련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게 힘들지 않고요.”

그런 그의 진심을 알아봐준 걸까. 지난해 이 씨는 교육부 주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이달에는 한국마케팅협회의 디지털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이 씨는 요즘 SNS작가이자 강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휴먼 브랜드’라는 주제로 CEO들 앞에서 강연을 할 기회도 많아지고 있단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1인 창조기업인이 되고 싶어요. 제가 배우고 생각해낸 좋은 지식과 지혜를 나만의 방식으로 새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쉽게 알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사실 우리 모두 다 SNS작가에요. 그걸 다들 모르세요. SNS에 내가 올린 글이 선한 영향력을 끼쳐 다른 이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특히 문화인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이번 주 내내 국회에서 책시위를 하고 있거든요. 책 시장이 위기니까요. 저를 만나고 싶으신 분들은 국회로 오세요.”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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