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지도 이제 보름이 지났다. 작심삼일을 다섯 번은 하고 남을 이 시간에 우리 부부는 지난 2년 동안 갈등해온 핸드폰 게임을 매듭지었다. 스트레스 풀이로 시작한 남편의 핸드폰 게임은 밤늦게 퇴근한 후에도 새벽 2시까지 매일 계속 되었고, 그로 인해 피로가 쌓이고 가족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그러나 남편은 그런 것에는 무감각하였다. 회사 입사 전 연구실에서도 늘 늦게 일어나고 새벽까지 일하던 습관이 있어 게임을 하고 늦게 잠드는 것에 크게 경각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게임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본인도 변명하지 못 했다. 돈의 액수가 가정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이었고 그때부터는 본인도 중독 상태임을 인정했다.

처음 남편이 게임을 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창구하나는 있어야지 싶었기에 조금 늦게 자도 잔소리만 하고 말았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다시 피로가 쌓이는 현상이 반복되자 적극적으로 게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의 설득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도 해 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봤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그런데 게임에 돈이 들어가고 ‘자제 한다, 안 하겠다’가 2년 동안이나 반복되고 나니 이제는 본인도 더 하겠다는 말을 못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까지 많은 시간과 많은 돈이 들었지만 결국 화려한 설득과 논리적 설명보다도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했다.

사실, 게임을 끊겠다고 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이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 이번 한 번에 지켜질지 불안하다. 담배를 끊겠다는 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하기 까지 수많은 실패와 결심이 반복되는 것처럼 게임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게임을 끊어야겠다는 자각을 하기까지 2년이었으니 앞으로 완전히 끊는데도 2년은 걸리려나 싶다.

이번 게임 갈등의 매듭을 통해 어떤 일이든 스스로 자각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남편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을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일이다. 잔소리와 설득하려는 말,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상대가 힘을 내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응원해 주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한 번 도전해 보아야겠다.

평소 사람들에게 농담처럼 말하기를 남편을 우리 집 큰 아들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진짜 남편을 큰아들처럼 생각해야겠다. 남편의 변화를 믿고 기다려 줄 각오이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에서 깨달은 것을 우리 아이에게도 실천해야겠다. 예컨대 스스로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답답하고,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치는 행동에 화가 나지만 올바른 행동을 알려주되 기다려 주어야겠다.

새해 시작에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힘든 모든 일에는 스스로의 자각과 동기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체험하게 되니 올 해는 출발이 좋다. 머리로 아는 것이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 힘들고 다시 발로 가기가 제일 어렵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이제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왔으니 올 연말에는 발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1년 동안 열심히 살아야겠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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