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끝없이 나온다. 넘쳐나고 탐나는 것도 많다. 있어야 엄마들이 편해진단다. 일명 ‘육아템(육아 아이템)’ ‘장난감’을 두고 하는 말이다. 4개월 조금 지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 역시 임신했을 때부터 장난감을 알아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첫 장난감은 ‘국민 모빌’로 불리는 제품이었다. “이건 꼭 사둬요”, “선물로 이걸 받으면 좋아요” 등의 주변의 조언을 받아 중고로 구입한 거였다.

신생아 때는 잘 보지 않던 모빌, 한 해가 지나니 확실히 달랐다. 엄마를 찾지 않고, 칭얼거리지 않고, 혼자서 오랫동안 즐겨 보는 게 아닌가. 설거지 할 시간, 커피 한 잔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이따금 벌어주니 참으로 기특한 모빌이었다.

헌데 나는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자, 이제 그 모빌은 됐어. 이제는 이게 필요해”, “어머 문화센터 안 가요?” 우리 집에 놀러오는 혹은 주변 엄마들이 하나둘 거두기 시작하는 거였다. 난 장난감도 아이 개월 수에 맞춰 교체를 잘 해줘야 된다는 식의 코칭에 반감이 들었다. 정말 그럴까? 하고.

그러다 ‘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 보기’라는 다큐 재방송을 보게 됐다. 마트 한복판에서 장난감을 안 사준다고 눈물을 터뜨리는 아이, 6개 종이박스+농구대+2인용 자동차 어마어마한 장난감을 보유한 두 집의 아이가 2주 동안 장난감 없이 살아보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거였다. 말끔하게 치워진 장난감을 보고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쇼크? 울음 폭발?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은 정말 ‘잘’ 놀았다.

종이비행기 던지기, 플라스틱 생수병에 스티커 붙이기, 휴지 잘라 놀기, 블록 대신 작은 나뭇가지 쌓기 등등 생활필수품 놀이로 하하호호 자지러지게 놀았다. 생활놀이의 달인이라 불린다는 한 엄마는 아이와 함께 집안에서 보물찾기 놀이, 가게 놀이(몇십만원이 훌쩍 넘는 제품이 아니라 택배상자, 안 쓰는 키보드 등을 활용해 차렸다)를 하며 함께 놀아주는 모습을 몸소 보여줬다. 프로젝트에 나와 장난감 없이도 잘 논 한 아이는 기특하게도 꼭 갖고 싶은 것만 갖고 나머지는 기증을 택했다.

이 ‘아날로그적인 육아’를 보며 나는 안도감이 들었다. 결국 중요한 건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우선이었다. 한 놀이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돈이 드느냐 안 드느냐 그게 장난감인지 아닌지 기준이라고.

꼭 돈을 떠나 한번쯤 짚고 갈 필요가 있는 건 장난감은 환경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버려지는 장난감은 약 240만 톤. 헌데 장난감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은 너무나도 어렵단다. 플라스틱 1kg당 단돈 100원인데다 분해가 어려워 오히려 시간낭비 일 수 있다는 것.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완구 시장 규모는 커져만 간다.

책이 집에 많다고 꼭 독서환경이 좋은 게 아니듯, 나는 많은 장난감을 사주는 엄마보다 ‘퀄리티 있는 놀이 환경’을 만들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장난감을 못 사줘서 미안해하는 엄마보다, 자책하는 엄마보다, 죄책감 갖는 엄마보다 ‘엄마표 장난감’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는 엄마, 연구하는 엄마이고 싶다. 아이에게 최고의 장난감은 언제나 엄마, 나였으면 한다. 장난감 없이 산다는 게 아니다. 다만 항상 이를 ‘자각’하겠다는 게다.

장난감보다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가 좋은 건 이미 몸소 체험했다. 요즘 우리 아이는 팔뚝에 방귀 소리를 내는 걸 그렇게 좋아라한다. 국민 모빌보다도 더 ‘기쁨 유효기간’이 길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