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외할머니께서 급성폐렴으로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웠다. 몇 개월 전, 거동이 힘드시긴 했어도 증손주 보러 친정에 오시기까지 하셨는데…. 한 해 시작과 동시에 누군가는 한 일생을 마감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 늙으면 죽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동일한 진리이건만, 솔직히 생과 사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다는 건 무섭고 인정하기 어렵다.

최근 KBS스페셜 ‘앎’에서는 총3부작에 걸쳐 암환자와 가족들의 4년 여 간의 기록을 담아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쉽게 꺼내기 어려운 두 글자 ‘죽음.’ 이 철학적 키워드를 안고 ‘앎’은 삶의 끝자락에선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우리의 죽음은 아름다울 수 있는지, 이를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특히 2부 ‘서진아 엄마는’은 필자의 눈물샘을 유난히 자극했다. 대장암 판정을 받은 故 김정화 씨가 어린 아들을 앞두고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감정이 동요하지 않을 이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김정화 씨는 대장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뼈까지 전이되며 항암 치료를 포기, 마지막 남은 날들을 집에서 아들과 함께 보냈다. 김 씨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엄마는 좀 아파서 서진이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가게 됐다. 우리가 떨어져 있지만 늘 응원하고 격려하고 함께 할 거야. 나중에 다시 만날 때까지 사랑한다”며 아들에 대한 절절한 모정을 드러냈다.

죽음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던 때가 떠올랐다. 필자는 2014년, 서울 개포동 능인복지관에 위치한 임종체험 수련센터 ‘아름다운 삶’에서 ‘임종체험’ 취재를 했다. 체험은 △죽음 명상 △유언장·묘비명 쓰기 △입관하기 등의 순서로 진행됐는데, 입관을 하면 실제 장례에 쓰이는 관에 눕는다. 장례지도사가 손과 발을 묶고 10여 분간 뚜껑을 닫으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다. 10여 분간 어둠속(죽음)에 있다 나오니, 잠시나마 죽음을 부정하기보다는 언젠가는 올 과정으로 생각하게 됐다. 함께 체험을 한 이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데스 카페(Death Cafe)’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일본이기에 연령이 한정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교토의 젊은 승려들로 구성된 ‘와카조’가 간사이 지방에서 여는 데스 카페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단다.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다. 자심의 경험을 끝자락에서부터 녹여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결국 늙음과 죽음은 인간이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문제 같다. 어찌 보면 교육도 그렇고 ‘생’만 강조할 뿐, 인간의 ‘노·병·사’를 직시하는 것은 가르치지 않았기에 죽음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국내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는 듯하다. 서울시설공단은 2015년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웰다잉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조금씩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죽음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니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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