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차를 타는 데 신생아용 바구니 카시트를 준비해뒀지만 차마 앉히지 못하고 아이를 안고 산후 조리원으로 향했다. 이후 30일 정도까지 예방 접종을 위해 몇 번의 외출을 했지만 아이를 안고 차를 탔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론과 현실은 달랐다.

그래도 생후 한 달 이후부터는 아이를 카시트에 앉혔고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내려주지 않고 적응 시켰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 아이 엄마가 아이를 앞으로 안은 채 운전을 하고 있는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다. 물론 그 엄마는 아이를 달래느라 그랬겠지만 아이는 엄마의 에어백이 된 것이고 급정거 충격에도 아이는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경우는 예외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아이 카시트를 조수석에 한다거나 아예 카시트 없이 아이를 태우는 경우가 주위에 허다했다. 처음엔 이러한 경우들이 주변 몇몇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목격하는 빈도수가 잦아지다 보니 카시트를 철칙으로 하는 내가 더 유별난 사람처럼 보였다.

6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의 카시트 착용이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매우 엄격하다. 미국은 아이를 낳은 후 병원에서 퇴원할 때 경찰관이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는 걸 보고 보내준다. 카시트가 없거나 앉히지 않으면 절대 아이를 안고 차에 탈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 때문인지 미국은 어린 아이들 카시트 착용률이 90%가 넘고, 우리나라는 30%정도에 그친다.

이에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6세 미만 유아의 카시트 착용에 관한 벌금이 3만원에서 6만원으로 2배 인상되었다. 사실 이전에도 아이들의 카시트 착용은 의무화 되어 있었으나 한 번도 단속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이것을 좀 더 강화해 단속을 하겠다고 표방했다.

그러나, 이 법률의 맹점은 대중교통에 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버스와 택시에 카시트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를 안고 탈 수 밖에 없으며 이 때 아이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다.

2년 전 제주도에 휴가를 갔을 때 공항에서 호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데 버스 안에 어린 아이들을 위한 카시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당시 렌트카와 카시트를 다음 날 대여한 상황이어서 안 그래도 버스 안에서 어린 아이를 어떻게 안고 가나 걱정했는데 카시트가 마련되어 있는 걸 보고 매우 기뻤다. 하지만, 좌석 버스나 일반 버스 그리고 택시와 같은 일반 대중교통에는 카시트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가끔 이용할 때 마다 매우 불안하다.

교통약자들을 위해 좌석을 마련하듯이 어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제 일반적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와 택시에도 카시트를 마련해야 한다. 버스의 경우 모든 버스에 의무적으로 2~3자리의 카시트 석을 마련해야 하고, 택시는 여성 안심 택시와 같이 교통약자를 위한 택시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순차적으로 모든 택시에 카시트를 장착해야 한다.

자가용 운전자들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이와 부모들의 수가 더 많을지 적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생명은 단 한 명이라도 소중하다.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되는 대중교통 카시트 장착이 하루 빨리 현실화 되었으면 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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