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에게 고등교육이 아닌 실업 교육을 시킨 일제의 잔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기술·가정의 과목을 학교 다니던 시절에 배웠다. 여학생은 가정, 남학생은 기술로 성역할을 고정해서 말이다. 일제 잔재에 대한 반항이나 여성 차별에 대한 반항의식은 없었지만 당시 난 가정 과목이 싫었다. 바느질도 싫고 뜨개질은 더 싫고 밥상을 보며 칼로리와 식품군을 외우는 건 최악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싫었던 가정 시간에 공평, 평등, 분배와 나눔에 대한 걸 배웠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배운 교과목인 가정 시간에 성별과 연령에 따른 칼로리 소모량을 학습했다. 남녀의 칼로리 소모량이 다르다는 것과 성장기에는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다는 걸 수치로 보여주는 것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시절 나는 2살 아래 남동생과 늘 먹을 것 가지고 다퉜는데 그 애가 나보다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니까 더 많이 먹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함께 먹으면서 치열하게 다투다가도 막판에 몇 개 남지 않았을 때라든가 처음에 먹을 것을 가를 때 동생의 몫을 더 쳐줬다. 나름 내가 배운 것을 실천하는 행동이었다. 동생도 늘 싸우던 누나가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다 말고 자기한테 다 남겨 주었을 때 진짜 누나로 느꼈다고 한다.

나와 동생이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투었던 것처럼 재화의 분배 문제는 모든 사회 갈등의 시작이다. 어떻게 나누는 가의 문제는 인류 역사와 함께 고민된 문제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논쟁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피자 8조각을 놓고 3명이 나눠 먹을 때 모두 동등하게 2개씩 먹고 2개를 3개로 균등하게 나눠서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나눠 먹는 것이 공평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은 3명을 절대값으로 놓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3명 중 1인이 노인이고, 1인은 청소년이고, 1인은 유아라고 한다면 분배는 달라져야 한다. 이처럼 분배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부자의 증세를 통해 서민들의 복지를 실천하는 것이 그 예라 하겠다.

최근 100일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원동력 중 하나는 공평하지 못한 분배에 대한 분노이다. 재화가 어느 한 사람의 주머니에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로 마구 들어간 것에 대해 국민들이 화를 내는 것이다.

올해 2월은 823년 만에 돌아오는 공평한 2월이라고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가 모두 4번씩 공평하게 들어 가 있어 행운의 2월이라고 이름 붙였다는데 요새 말고 웃프다고 해야 할까? 모든 날이 공평하게 들어가 있어서 행운인 달이라는 건 우리 사는 세상이 그만큼 공평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 국민들은 분배에 있어 나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필요로 하는 동생을 위해 누나가 먹을 것을 양보하는 정도는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혹은 한 기업에게 특혜와 이윤이 몰려 다른 이들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것은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평한 2월을 또 다시 만나려면 앞으로 823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우리가 든 촛불이 꺼진다면 공정사회를 만들 기회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많은 재화를 독점하고 공평한 분배에 역행하는 그들이 아닌 작은 것도 나누려는 이들로부터 시작된다. 사회시스템이 민주적 분배와 공평함을 실천하는 지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워 감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상에서는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마음이 더욱 절실한 요즘이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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