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목숨’, ‘가방 모찌’, ‘정치 브레인’, ‘문고리 권력’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다. 의원 옆에서 법안 작업을 돕지만, 의원보다 더 힘을 휘두를 수 있기에 보좌관을 두고 말들이 많은 듯하다.

지난해엔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 논란도 있었다. ‘보좌(補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나름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취재를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보좌관 두 명이 떠올랐다.

그는 비례대표 초선 의원을 보좌했던 신참 보좌관이었다. ‘초짜’면 어떻겠느냐만 그는 인터뷰에 앞서 계속해서 ‘우리가 처음이라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다. 의원 일정은 물론이고 업무 파악도 안 되는 듯해 보였다. 4년마다 새 국회가 들어서면 초선의원 대부분은 의원 업무를 잘 모르는 건 당연하다만, ‘보좌관까지 어설프면 안 될 텐데’ 걱정스러웠다. 그 후 보좌관의 행보는 모르겠지만, 초선 의원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앞서 언급한 보좌관과 확연히 달랐다. 보좌관은 4선 중진 의원이 빛날 수 있도록 감독‧작가‧조명 등의 모든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예컨대 이 보좌관의 경우 서면 인터뷰를 보냈을 때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는 것은 물론 질의 내용에 대해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의원이 듣기 껄끄러운 질문을 삭제하는 ‘검열’이 아닌 좀 더 내용을 퀄리티 있게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 보좌관의 촉각은 의원의 심기가 아니라 독자, 국민과의 소통에 초점이 맞춰진듯했다.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는 보좌관을 보며 의원이 정치인으로 계속 남기 위해서는 괜찮은 보좌관이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깨달았다. 보통 국회의원이 낙선하면 해당 의원실의 보좌관들도 운명을 같이하게 되니, ‘정치적 운명공동체’인 그들은 서로 보완하고 도와야한다. 좋은 보좌관 없이 좋은 정치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실 보좌진의 업무는 다양하고 잡다하다. 원내 활동으로는 법안 발의 준비, 상임위 질의 준비, 청문회, 공청회, 국정감사 준비 등이 있고, 원외활동으로는 지역구 관리, 지역행사 준비, 선거구 관련 업무 등이 있다. 의원들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정치를 배운 이들도 적잖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역임한 유시민 전 의원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의원일 때 그의 보좌관이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보면 대부분 보좌관 출신이다. 요즘은 아예 인턴부터 시작해 비서, 비서관 등 국회 의원실 경력을 쌓는 이들도 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을 ‘잠재적 정치인’으로 볼 수도 있는 게다. 아쉬운 점이 바로 이거다. 20대 국회 현재 국회의원은 총 7명(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의 별정직 공무원과 2인의 인턴 직원을 둘 수 있는데, 보좌진은 국회사무처 소속이지만 인사권은 전적으로 국회의원의 소관사항이다. 구미에 따라 의원이 뽑고 자르고를 맘대로 할 수 있단 점에서 신분과 대우가 불안정하다.

보좌진의 신분과 대우를 법률에 별도로 명시해 고용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의원의 옆에서 고언‧직언‧충언‧진언을 마다 않는 배짱 지닌 보좌관 참모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정치권 역할의 중요성을 너무 비싼 값을 치르고 배웠다. 어쩌면 큰 정치인이 될 성싶은 재목(材木)을 알아보고 선택하기 전에 만드는 것 역시 국민의 몫일지도 모른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참모 역시. 다음 정권에는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는 회한을 들어선 안 되지 않겠나.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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