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쓴 일기가 있어요. ‘남들 앞에서 말을 잘 하고 싶다’고 썼더니 담임선생님이 ‘나의 주장 말하기 대회’를 나가라고 제안하셨어요. 원고를 써주셨고, 밤새 달달 외웠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원고를 외울 정도였어요. 발성 연습한다고, 엄마 따라서 산에 가고, 날계란도 먹었습니다. 첫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게 되었죠. 말하기 대회의 수상 경험으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에서 활달하고 리더십 있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자연스레 말하는 직업으로 제 운명이 결정되었나 봐요.”

이기는 PT의 박서윤 대표는 현재 ‘입찰 프레젠터’로 활동하고 있다. 입찰 건에 대해 심사위원인 결정권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전문 직업이다. 프레젠테이션 여부에 따라 실패와 성공이 달라지는 모험적인 일이다. 그녀는 전국 고교생 토론대회에 나가 1등을 하여 토론 전형으로 대학을 입학했고, 자연스레 말하는 직업인인 아나운서가 되었다. 주변의 부러움을 사며 꿈을 이룬 20대가 좋았다. 하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작가가 써 준 대본을 그대로 읽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의 생각이 자유롭게 개입될 수가 없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무렵 입찰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다. L사의 제1호 사내 프레젠터로 일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기는 PT’ 라는 입찰 프레젠테이션 전문 회사를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사내 프레젠터로 처음 입사하여 첫 입찰 때 풀 메이크업에 화려한 의상으로 아나운서 티를 내고 갔어요. 당연히 실패했죠. 입찰 프레젠테이션은 프레젠터 본인이 돋보이는 일이 아니에요. 입찰을 성사시키도록 결정권자의 마음과 머리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하죠. 이제는 의뢰한 업체의 사활이 걸린 일이라고 생각하고 한 건 한 건 혼을 담는답니다.”

입찰 프레젠테이션 분야는 매뉴얼이나 지침서가 전혀 없다. 모든 경우마다 자신이 개척해 나가야 하는 모험 같은 일이다. 박서윤 대표는 자신보다 좀 더 경험이 많은 최홍석 대표와 만나 협업하여 ‘이기는 PT’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프레젠터를 양성하는 교육 및 입찰 의뢰를 받아 실제로 입찰을 이루어내는 일을 한다.

강사, MC, 아나운서, 쇼호스트, 그밖에 연기자, 라디오 진행자, 리포터, 전화상담원 등.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말하기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입찰 프레젠터는 어쩌면 가장 짧은 시간 말하지만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다. 5분에서 15분 이내의 발표로 입찰을 성공할 수 있도록 상대방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만큼 스피치 능력뿐 아니라 노련한 현장 경험과 즉흥성 및 공감력까지 필요한 일이다. 입찰 프레젠터의 매력 그리고 전망은 어떠할까?

“앞으로 공공기관뿐 아니라 크고 작은 업체에서 입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성을 기하고, 다양한 제안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꼭 뽑아야 하는 이유가 뭔데?’ 라는 단순한 질문에 ‘바로 이겁니다’ 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하겠죠. 건축, 예술, 축제, 육아용품, 구내식당, 설비, 패션, 가구, 박람회, 신제품, 교통, 관광상품, 교육프로그램, 앱 서비스, 광고, 식음료 등 수많은 산업군에서 입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분화된 분야의 전문 프레젠터가 더욱 요구되겠죠!”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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