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에 올라가는 일정을 잡았는데 아이와 아침을 먹고 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빠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고 누웠는데 그대로 점심까지 자버렸다. 올해 5세가 되는 아이를 만4년 동안 육아하면서 평일과 주말을 합쳐 한 번도 아침 시간에 내가 잠을 자고 아빠가 아이를 보는 일은 없었다. 아이가 엄마에게서 안 떨어지기도 했을 뿐더러 아빠가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아이를 번갈아 볼 때 늘 오후에 맡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침에 30분 자는 늦잠이 오후에 3시간 자는 잠보다 달콤하다. 아이가 일어날 때 일어나지 않고 나도 한 번 길게 늘어져 자고 싶다는 소망이 늘 있었는데 이 날 아침밥을 먹은 이후지만 그래도 비교적 아침 시간에 잠을 잘 수 있어서 피곤이 풀리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편히 쉴 수 있게 도와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다음 날 월요일에 책모임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던 중 전날 서울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쉬게 된 이야기를 했는데, 한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편 칭찬 많이 해줬어요? 그럴 때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해요. 그래야 더 육아에 마음내고 함께 해요.”

순간 아찔했다. 상대방이 못할 때 잔소리하고 비난하기보다 잘 하는 행동이 한 번 나올 때 칭찬을 해서 긍정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게 좋다는 걸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실제 생활에선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심 지금까지는 상대가 칭찬 받을 행동을 안 해서 칭찬할 일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일상 속 작은 순간에도 상대에게 긍정적인 칭찬을 해주지 못한 내 모습이 보였다.

다음 날 아는 엄마와 함께 밥을 먹는 데 주말에 남편이 아이와 다투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싫어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약 올리고 나서 아이가 소리치고 화를 내면서 공격적인 행동한 것을 훈육하는 남편에 대해 투덜대는 내게 그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남편이 그러면 아이도 자라면서 자기 놀리는 사람도 만나고 할 텐데 그때 훈련을 한다고 생각해요. 남편의 행동에서도 장점은 있겠거니 하고 말아요.”

또 한 번 아찔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작든 크든 장점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니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평소 나는 책을 읽거나 어떠한 사안을 대할 때 비판적인 태도로 부정적인 측면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편이다. 이러한 면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사람사이 관계에서는 유익하지 않다. 상대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부정적인 면에 눈을 감아야 하는 부부 사이에는 더욱 그러하다.

부부가 이혼하는 사유의 1위가 성격차이라고 한다. ‘성격차이’라는 말 속에 다양한 사연들이 담기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편과 혹은 아내와 부부 생활에서 성격이 달라 힘들어한다. 살아온 생활환경과 타고난 기질이 다르기에 성격이 다른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데 이 당연한 사실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힘든 것의 가장 근본 원인은 상대방의 성격을 바꾸려하는 마음 때문이다. 사람의 성격은 변하지 않기에 성격이다. 오랜 시간 고정되어 하나의 생활양식과 패턴으로 보여지는 것을 성격이라고 하는 데 이것이 변하면 그것은 성격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와 맞지 않는 상대방의 성격이 있다고 그것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매우 무모한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는 그동안 이 무모한 일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나와 다른 남편의 성격 중 부정적인 부분을 바라보고 투덜대며 왜 긍정적인 면으로 변하지 않는지에 대해 늘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긍정적인 시선과 칭찬의 말을 실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타인을 통해 나를 돌아보니 그동안 내 잔소리가 왜 실패했는지가 보였다. 상대방을 바라볼 때 바뀌지 않는 단점을 보지 말고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그것을 칭찬하는 것이 나와 상대를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로 알고 있으나 몸으로 실천되지 않는 것을 실제 실천하는 사람을 통해 알게 되니 내 주위의 인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