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내 발 앞의 돌맹이만 걷어차며 걷다보니 목적도 잃고 방향도 잃고 말았다. 인생이란 게 원래 방황하다 정신 차리고 다시 방황하고 하면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위로 삼는다. 중요한 건 방황의 길 위에서 나를 위로해 주고 이끌어 줄 함께 할 사람들만 있다면, 웅덩이에 빠지거나 가시밭길에서 헤매다 가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최근 들어 더욱 깊이 많이 자주 하고 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내가 속한 직업, 내가 속한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이 사회적 관계망이 모두 단절되었다. 나의 시선과 생각은 아이에게만 머물렀다.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잘 몰라서 힘들었고, 잘하려는 욕심 때문에 힘든 줄 알았는데 혼자라서 힘들었다는 게 최근 내린 결론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일수록 사회적 관계망이 필요하다. 내 아이는 남의 집 아이처럼 보고 남의 집 아이는 내 아이처럼 볼 수 있는 시선, 그리고 아이는 한 개별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인 우리들의 아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위해선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사회적 관계망이 복구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거창한 이유를 떠나 엄마들이 위로받고 행복해 지기 위해서 필요하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막상 사회적 관계망을 복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도 장애물이 있다. 아이를 데리고 함께 모임을 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엄마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자생적으로 모임을 만들고자 할 때 공유할 장소가 없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반 시민들은 커피숍과 같은 곳에서라도 가능하지만 애 엄마들은 그러한 곳도 거의 불가능하다.

돈들이지 않고 장소를 공유할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주민센터 강의실 같은 곳의 공간을 무료로 주민들에게 제공하면 자유롭게 주민들의 자생 모임이 생겨날 기반이 된다. 그런데 현재는 주민센터 공간 대여 시 비용이 발생한다. 서로 기대어 슬픔을 위로하고 기쁨을 나누는 일이 중요한데 엄마들은 그럴 공간이 없다.

최근 각 지자체마다 장난감을 대여해 주거나 육아를 지원해 주기 위한 무료 놀이시설을 제공하는 센터 등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수업을 무료로 제공하고, 아이들이 돈을 내야 갈 수 있는 키즈카페가 지자체 센터에서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간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센터에서 조차 엄마들이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언젠가 뉴스에서 키즈카페에서 엄마들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공간에서의 음주 문화에 대한 것이 중심인 기사였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커피숍도 못가는 엄마들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키즈카페 밖에 없는 현실을 겪은 당사자로서 일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저출산 시대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육아 정책들이 있다. 많이 낳고 적게 낳고를 떠나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우리 사회의 미래도 밝다.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가장 힘든 정서적 문제인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기 위한 함께 할 공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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