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만에 책쓰기 완성’ ‘7주만에 나만의 책 쓰기’ ‘책쓰기 일일특강’ 등의 강좌 제목이 있다. 포털 검색창에 ‘책쓰기’ 라는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파워링크 광고 업체가 나온다. 블로그의 관련 글들을 클릭했을 때 광고성 강좌들이 많다. 책쓰기를 하나의 돈벌기 수단으로 여긴다. 책을 출판하여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욕망을 자극한다. 그런데 최근 수원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책쓰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강사에게 인문학 강좌라는 미명하에 자리를 깔아주어 논란이 일고 있다.

책을 쓰는 것은 저자의 사유와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다. 물론 문학 장르인 시와 소설, 수필 등은 당연히 치열한 연습이 요구된다. 몇 달 만에 심지어 몇 주 만에 책을 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많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전문가로 일한 경우는 물론 어느 정도 컨텐츠가 있기 때문에 책을 쉽게 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책 출간을 미끼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게 하고, 책을 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당연히 ‘불공정거래’다.

책쓰기를 돈벌이 수단에 이용해 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는 한 악명 높은 인물은 일반인을 상대로 몇 주 수업료에 50만원에서부터 1000만원대에 이르는 강좌를 연다. 하루 특강에 10만원대 이상을 받기도 한다. 비싼 수업료를 내야 책을 쓸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책을 써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혹은 ‘책을 써서 저자가 되고, 강사가 되어 성공한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은 혹하는 마음에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서 정보를 살펴본다. 정말 책을 써서 출간한 사람이나 성공한 강사가 되었다는 사례가 많을 때 간절한 마음이 있는 사람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책쓰기 관련 강좌를 직접 찾아가 들어 보고, 고액의 수강료를 선뜻 결재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고액 책쓰기 강사들이 공공 도서관이나 관공서 등을 파고들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인문학 강의’ 라는 미명하에 책쓰기 강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일반인들 대상으로 하는 ‘책쓰기’ 특강은 자극적인 달콤한 말로 성공을 이야기한다. 강사 자신도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책을 써서 유명해지고, 고액의 강사료를 받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이것은 인문학 강의가 아닌 자기계발 성공 스토리에 불과하다. 인간다운 삶과 철학적 사유를 고민하게 하는 강의는 절대 아니다.

이런 책쓰기 강의를 듣고 단시간에 책을 출판한 저자들이 과연 양질의 컨텐츠를 갖고 있을까? 고액의 책쓰기 강좌에 현혹되어 수업료를 내고 들었던 사람을 만나 보니 대부분의 강의가 ‘표절을 피해가며 타 저작물로 편집하는 요령’ 을 가르친다고 한다. 자신이 쓰려고 하는 비슷한 주제의 책의 제목 및 목차, 본문에서 적당히 ‘짜깁기’ 하는 것이다. 편집을 그럴싸하게 하여 디자인 괜찮은 책으로 만들어 출간하게 한다. 질이 떨어지는 내용 때문에 정식 출판사와의 계약이 아닌 저자가 투자하는 자비출판 방식도 많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을 SNS로 홍보하면서 알린다. 저자 강의를 한다고 사람들을 모으고 강의 내용을 또다시 홍보하면서 저자를 강사로 데뷔시킨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책쓰기로 성공하여 수억원대를 벌 수 있다고 하는 자기계발식 성공학 강의다.

책이 넘쳐난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신간으로 쏟아져 나온다. 좋은 책은 계속 출판되고 대중에게 알려져야 한다. 그렇지만 종이 값이 아까운 책들도 많다. 분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독자들도 제대로 된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깊이를 키워나가야 한다. 인문학적인 사고는 단시간에 키워지지 않는다. 단시간에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한다고 인문적 지식 소양을 갖춘 지식인이 되는 게 절대 아니다. 고액의 수강료로 책쓰기를 배우는 것으로 절대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없다. 책을 써서 유명 강사되기는 강사들의 비즈니스에 불과하다. 책을 써서 인생이 바뀔 수는 없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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