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면서 직무대행 중인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끝까지 몽니를 부리고 있다. 차기 정부 출범이 불과 한 달 남짓한 시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임기 3년의 차관급 방송통신위원으로 내정한 것이다.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듯 오만함을 넘어 위법 논란을 낳으며 대통령으로서의 인사권을 행사하며 인사 알박기를 한 셈이다. 차기 정부 적폐 대상 1순위가 불법 비리의 대명사 박근혜의 아바타라 불리는 황교안 대행임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행법에 따르면 방통위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야당(2명)과 여당(1명)이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다. 김재홍 부위원장(야당 추천)과 이기주 상임위원(대통령 지명)이 지난달 24일 임기를 마치면서 현재 상임위원 5명 중 3명이 남아 있다. 이번에 황 총리가 내정한 김용수 실장은 대통령 지명 몫인 이기주 상임위원 후임이다.

이와 관련, 박홍근(민주당)·김경진(국민의당) 간사를 포함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미방위원들은 6일 성명을 통해 “지금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 절차가 마무리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 지명 몫의 방통위원은 차기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게다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은 현상유지 차원의 행정관리에 국한되어야 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중론이다. 율사 출신인 황 권한대행이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임기 3년이 보장된 차관급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하며 ‘김용수 방통위원 내정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야당 미방위원들은 “황 권한대행은 임명권 행사가 행정 공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방통위원들은 이런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종편 재승인 등 주요현안에 대한 의결을 서둘러 마친 상황”이며 “방통위 스스로도 의결정족수(상임위원 5명 중 3명) 미달 사태가 발생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 바 있다. 설령 김 실장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오는 6월 8일까지 임기인 고삼석 위원이 이에 반발해 상임위원회 회의 참석 거부의사를 공언한 터라 방통위가 정상 활동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김 실장에 대한 도덕성과 자질 문제가 불거지며 방통위 내부에서도 격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김 실장은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방통위가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행정위원회로 격하시킨 장본인으로 지적받는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정보방송통신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방송·언론장악과 인터넷 검열 지시를 적극 수행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결국 황교안 등 친박 세력이 정권이 바뀌더라도 방송 장악을 이어가겠다는 미몽에 사로잡힌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교안 총리가 하는 행동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는 모습을 빼다 박았다. 반민주적인 냉전적 사고에다 권력을 남용한 여론 무시 불통 행정이 그것이다. 황교안 총리는 자신의 위치를 깨달아 지금 당장 알박기 인사를 철회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새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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