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땅 원주민 체로키 인디언 포리스트 카터(1925~1979)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포리스트 카터는 50이 다 된 나이에 이 책을 <할아버지와 나 Grandpa and Me>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그 후 <Education of Little Tree>, 우리나라에서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널리 읽히며 세계적인 고전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우리들 가슴에 와 닿는 몇 부분을 소개한다.

아빠는 그가 네 살 때, 엄마는 다섯 살 때 돌아가셨다. 친척들이 모여서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그는 깊은 산 속 할아버지 ‘웨일즈’와 할머니 ‘보니 비’의 집으로 가서 체로키 인디언의 생활방식으로 살게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를 ‘작은 나무’라고 불렀다. 첫날 밤 할머니가 불러주는 자장가, 산 속의 형제들이 그가 온 것을 좋아하며 기쁘게 맞이한다는 할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어머니마저 잃고 혼자되었다는 생각을 떨치고 그는 편안하게 잠이 든다. “숲과 바람과 흐르는 물, 그리고 사슴과 메추라기와 까마귀가 ‘작은 나무’가 오니 환영하네. ‘작은 나무’는 우리 형제, 상냥하고 강하고 용감하다네. 작은 나무는 절대 외톨이가 아니야!”

할아버지는 저녁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산꼭대기에 데리고 가겠다” “깨워 주겠다”는 말씀은 하시지 않고 “아침이 되면 제 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거야” 하셨다. 그러나 아침에 방 벽에 쿵하고 부딪히기도 하고 할머니에게 큰 소리로 말을 하고 시끄럽게 하셨다. 그 소리들에 깨어 일어나 밖에 나온 나를 보시며 할아버지는 “벌써 나와 있었구나!” 놀란 얼굴로 말했고 나는 “녜, 할아버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산에 가서 매가 메추라기를 사냥하는 것을 보고서는 자연의 이치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 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할아버지는 시력과 청력은 좋지만 냄새를 맡지 못하는 개 ‘모드’와 예전에는 뛰어난 사냥개였지만 늙어서 잘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개 ‘링거’를 짝지어 옥수수 밭에 짐승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키는 일을 맡기셨다. “개든 사람이든 자기가 아무 쓸모없다고 느끼는 건 대단히 좋지 않다.” 할아버지가 링거를 모드와 짝지어준 것은 링거가 늙었지만 예리한 후각으로 모드를 도울 수 있게 하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여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옥수수 밭에서 일하는 계절이 되면 링거는 뿌듯한 자신감으로 씩씩하게 옥수수 밭 주위를 돌아다녔다.

‘작은 나무’는 개울가에 앉아서 거미가 거미줄을 한 가닥씩 쳐 나가는 광경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거미가 땅바닥에서 나무까지 뛰어오르지만 못 미쳐 물에 떨어져 떠내려가기도 한다. 몇 번을 시도하지만 안 되니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고 연구한다. 방법을 바꾸어 거미줄을 쳐가는 거미의 모습을 본다. 결국 불가능해 보이는 장소에 우산모양의 멋진 거미집을 짓는 것을 지켜보며 거미의 놀라운 지혜와 노력의 성과물을 보고 배운다.

할머니로부터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나가는 마음 하나. 또 하나 영혼의 마음. 몸의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으로 다른 사람보다 더 이익 볼 생각만 하게 되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작아진다...... 다른 사람에게서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 나무를 보고 목재와 돈이 될 것을 보는 사람은 걸어 다니는 죽은 사람이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 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이 커진다. 이해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다.

할아버지와는 늘 함께 다니며 두 사람만의 유대를 갖고 있다. 둘이서 있을 때는 ‘후레자식’이니 쌍소리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지만 할머니 있는 데서는 이런 욕지거리를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적극 추천합니다. 2018년 새해 이 책을 꼭 (읽어 보신 분은 또)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자본주의 세상이다 보니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판치고 많은 사람들이 나만 생각하는 각박한 세상살이에서도 이 책 덕택에 우리의 영혼이 정말 따뜻해집니다.

임석원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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