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열정 없는 교사가 가장 큰 문제에요. ‘그래봐야 안 변해’라는 안일한 생각. 하지만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평만 하면 더더욱 변하지 않아요. 교실 속에서 시도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가 꾸준히 쌓이면 학생들은 조금씩 바뀝니다.”

홍천의 내촌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최고봉 선생님은 스스로 밥값하고 사는 게 인생의 목적이라 한다. 호봉이 오르면서 월급이 많아지는데 ‘내가 그만큼 하고 있나?’를 되묻는다고 한다. 그는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산골에서 자랐고, 지금껏 강원도에서 교육 현장을 바꾸기 위해 자신만의 강점을 잘 활용한다. 강원도 철원 민통선 안에 있던 마현 초등학교에서 처음 교사생활을 시작했고 주로 강원도의 작은 시골학교에서 근무했다. 첫 학교는 이후 폐교가 되었다. 좋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와 예술과 책이 넘치는 학교,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학교, 재미있고 행복한 학교를 꿈꾼다.

왜 학생들이 공부를 재미없다고 생각할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재밌다. 원래 공부는 재미없는 것. 하지만 덜 지루하게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교사가 되려고 교대에 들어갔지만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이 아닌 세상을 잘 사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학생회장을 하고, 졸업 후에는 노동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며 즐겁게 학급운영을 하고 있는 요즘 시대 보기 드문 교사다. 특히 독서와 글쓰기, 토론 교육에 관해서는 수많은 실험과 도전으로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 굉장히 좋아요. 제가 보기엔 핀란드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교사의 자질과 실력이 문제이죠. 교실에서도 충분히 협력토론으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스스로 학습법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대를 다니는 4년 동안 토론 교육에 대한 공부가 하나도 없는 것이 문제에요.”

실제로 내촌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토론 기법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수학여행을 가는 것도 학생들이 직접 정하고, 학교의 모든 일정에 관해 전교생이 토론을 한다. 자연스럽게 문제해결력이 키워진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도 터득된다. 말하는 훈련이 글 쓰는 활동으로 연결이 된다. 생각하는 힘이 키워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최고봉 선생님은 강원토론교육연구회 교사들과 함께 『이야기가 꽃피는 교실토론』을 펴냈다. 협력적 교실토론 방법을 담은 책이다. 그림책 활용 수업에도 관심이 많아 자신이 매일 수업한 것을 페이스북에 공유한다.

“모든 교사에게 좋은 학생은 없으며, 모든 학생에게 좋은 교사 역시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학교와 가정과 마을이 함께 연대할 것을 강조한다. 독서와 토론과 같은 활동 역시 지역과 가정이 함께 역동적인 시너지를 내야 한다. 현재 강원토론교육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의 토론교육활동가를 양성하여 강원도 전역에서 협력적인 토론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교사월급 받으니 지역사회의 활동은 재능기부로 강의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곳에 즐거운 마음으로 배움을 전한다. 올해는 그림책 토론에 관한 책을 출간하고,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을 스토리로 엮어낸 책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배우고 가르치고 삶으로 전하는 최고봉 선생님의 즐거운 교육 이야기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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