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편견 없이 남자들처럼 똑같이 운동하고 싶었어. 물론 힘들었으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따랐었고, 포기하고도 싶었고, 그만두고도 싶었어. 그치만 여자로서의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고, 내가 하고 싶은 운동에서 목표를 이루고 싶었어! 내 자신을 위해 내 미래를 위해 전진하자. 그렇다면 어느 순간 세계를 재패하고 있을 테니까.”

스피드스케이트 이상화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글이다. 어릴 때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1등을 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도 뛰어났던 이상화 선수는 주변에서 스케이트는 여자가 할 운동이 아니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집안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않아 어머니는 딸을 뒷바라지 하면서 봉제 일과 공장 일까지도 했다. 새벽마다 도시락을 싸들고 딸의 연습장소로 향했던 어머니의 헌신으로 국내 최고 스케이트 선수가 되었다. 이상화 선수 역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수년간 지원해 주신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으로 끝까지 해냈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이루고자 하는 마음으로 스케이트의 여신이 되었다.

18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준 이상화 선수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 3관왕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은메달에 머물러야만 했다. 눈물을 쏟은 이상화 선수를 보면서 국민들은 안타까워했다. 아름다운 도전, 감동의 질주는 모두에게 선물이었다. “울지 마 울지마”라고 외치는 관중들은 끝까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올림픽 2연패 후 무릎 부상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상화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꼭 참가해야 한다”면서 혹독한 훈련을 끝까지 이겨냈다. 부상입고서 몸을 만들었지만 기량을 끌어올리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최정상에 올라 성과를 보상받는 여성 선수들의 성취와 활약이 눈에 띈다. 운동경기에 관심 없던 여성들이 ‘올림픽’에 눈을 뜨게 된 계기 역시 여성 선수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딴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와 포옹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는 SNS 상의 글이 넘쳐난다. 치열한 경쟁을 마친 후 주어지는 보상도 있지만 패배감에 젖어 괴로워하는 선수들도 있다. 고다이라 나오와 이상화 선수의 포옹은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어깨를 감싸며 ‘잘했어’라고 한 마디를 전했다. 스포츠를 남성성과 국가주의로 여기면서 승패에만 집착하는 과거의 모습과는 달라진 현상이다.

경기가 끝난 후 이상화 선수는 고다이라 나오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남겼다. “2등에도 만족하고 아직 상위권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수고하셨습니다. 응원과 함성 진심으로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라는 내용이다. 누가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나. 여자로서 오히려 서로를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한 선수들의 모습에 감동받았다. 이 둘은 자신을 긍정하고 타인을 높이 평가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이제 스포츠는 모두가 즐거운 축제여야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뛰어넘지 못할 벽은 없다. 스포츠를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도구로 여기던 때는 지났다. 함께 울고 웃으며 결과보다는 과정에 박수를 치며 서로 어울리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끝까지 해 내는 모습은 모두에게 감동이 아닌가. 덧붙이면 여자로서의 멋진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여자에게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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