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시민들이 평택시청에 몰려가서 ‘송탄취수장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타워

남경필 도지사가 연정의 성과를 홍보하기 바쁜 경기도에서 정작 지자체간 갈등은 봇물 터지듯 해 이에 대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남 지사의 정치적 상징은 연합정치(이하 연정)다. 지난해 8월 연정 실험을 시작하면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사회통합부지사 자리를 넘겨주고, 도의회와는 예산의 일부를 떼어주며 권력분산을 실시했다. 강원도와 제주도 등 광역 자치단체와의 연대뿐만 아니라 이재정 경기교육청과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연정까지 진행 중이다.

다양한 부문과의 연정으로 경기도는 정치적 안정과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낳았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정작 경기도 지자체간, 도민간 이해관계 충돌이 속출하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기도 지역 내 갈등 현장에 대한 남 지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자체간 갈등 조정을 위한 보다 책임있는 단위의 실질적인 조정 역할이 필요한 이유이다.

■ 용인시-평택시, ‘송탄취수장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둘러싸고 대립

최근 용인시와 평택시가 ‘송탄취수장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용인시는 지난달 31일 정찬민 시장, 신현수 용인시회의회 의장, 이우현·백군기 국회의원 등을 포함 800여 명의 시민들이 평택시청 앞으로 몰려가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지정해제 촉구를 위한 용인시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정 시장은 “용인 남사·이동면 등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 제한으로 낙후되고 주민의 삶이 피폐화되고 있다”며 취수장 폐쇄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했다. 아울러 1인시위, 침묵시위와 함께 남경필 지사와의 독대 및 청와대까지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 시장 등 용인 정치인들은 자극적인 용어로 평택시를 비난하며 평택시청 진입까지 시도했다.

이에 맞서 평택시는 시의원과 시민단체장이 삭발까지 하며 ‘평시에 먹는 물과 농업용수로 쓰이고 평택호 수질관리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전시에도 전략적 가치가 있는 평택시의 상수원을 지켜낼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다. 또한 “평택시장을 상수원 물 속으로 고이고이 보내버리겠다는 막말, 일본 아베보다도 못하다는 망언, 36이라는 숫자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용인시 대책위 관계자를 우리가 용서해야 합니까?”라며 정찬용의 용인시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 화성시와 수원시, 화장장과 군공항 이전 관련 감정 대립 심화

화성시와 수원시 역시 화성광역화장장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화성·안산·시흥·부천·광명 등 5개 자치단체가 화성 숙곡1리에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주민 숙원 사업인 공동화장장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2~3㎞ 떨어진 서수원 주민들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피해 우려를 이유로 강력한 저지에 나섰다. 처음에 양 측의 눈치를 보던 수원시는 집회 등 호매실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떠밀려 지난 6월 국토교통부에 화장장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화성시는 수원군공항 화성시로의 이전 결사 반대 결의를 다지며 수원시와 강경하게 대치 중이다. 화성시의회가 2월 3일 ‘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통·이장단협의회, 새마을회, 주민자치위원회 3개 단체 회원으로 구성된 ‘화성시 군공항 이전 대응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수원시의 현안 사업인 군공항 이전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같은 당 소속 자지단체장인 염태영 시장과 채인석 시장간의 감정의 골은 이미 깊게 패였으며, 통합을 논의하던 양 도시는 멀고 먼 이웃이 되고 말았다.  

■ 안양시와 의왕시, 안양교도소와 예비군 훈련장 빅딜 둘러싼 내부 갈등

안양시와 의왕시도 내부적인 문제로 주민들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안양시에 있는 안양교도소의 의왕시로의 이전과 의왕시 내손동 예비군훈련장을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훈련장으로 통합하는 빅딜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 두 시설 이전 부지 주민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특히 안양교도소를 포함한 서울구치소, 서울 소년원, 소년원 분류심사원 등의 4개 시설을 의왕시 왕곡동 골사그네 지역 100만㎡에 대규모 교정시설로 통합 이전하는 가칭 ‘법무타운’ 조성 추진 계획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김성제 의왕시장과 같은 당의 송호창(의왕·과천) 국회의원은 정부의 계획에 대해 각각 찬성과 반대로 갈렸다.

김성제 시장은 “여의도 규모의 그린벨트가 해결되면 창조 경제 클러스터 예능 문화 클러스터 등 대규모 도시개발이 이뤄지면서 의왕시가 자족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법무타운 조성 사업에 적극적이다.

반면 송 의원은 “기재부는 교도소 이전부지 매입비용 1658억원만 책정하고 교도소 이전과 동시에 추진하겠다던 왕곡복합타운 창조경제클러스터 등 지역개발사업 예산은 계획조차 없는 상태”라며 “기재부가 안양교도소를 의왕 왕곡동으로 이전하고 그 일대에 법무타운 및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교도소 이전사업만 추진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시장은 현재 안양교도소 이전 및 법무타운 조성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와 주민소환 추진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찬성 쪽 역시 지난 2일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사 앞에서 “의왕시민 대다수의 열망을 짓밟는 국회의원 송호창은 물러나라”며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의왕시청 브리핑룸에서 송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안양교도소 이전과 관련, 안양시에선 이종걸(안양 만안)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의왕시 예비군훈련장의 박달동 이전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당 소속의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과 심재철(안양동안을) 새누리당 의원은 “안양교도소를 이전하고 그 부지를 개발해 안양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이 원내대표와 각을 세웠다.

■ 지역 갈등에 대해 도 차원의 집중적인, 책임있는 관리 방안 필요

경기도에는 현재 위의 사례 외에도 평택고덕산업단지 전기공급을 위한 고압송전선로 설치와 관련한 용인·안성시와 평택시의 갈등, 수원시와 용인시의 국토부 사업 신수원선 '흥덕노선' 마찰, 더 많은 땅을 갖기 위한 용인시와 수원시·남양주시와 구리시의 행정구역 조정 관련 대립, 하남시와 성남시의 ‘위례동’ 지역 명칭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 KTX 광명역에 안양권 택시승강장 설치를 놓고 벌이는 안양시와 광명시의 마찰 등 기초단체간 10여건이 분쟁 중이다.

경기도의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시간을 끌수록 자치단체간, 주민간 골이 깊어지고 악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각 지역별, 도민간 갈등과 분쟁으로 남 지사의 연정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도 차원의 보다 집중적인, 책임있는 단위의 관리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지난 4월 남경필 지사와 도내 시장·군수가 1박2일 상생협력 토론회를 통해 화성화장장이나 평택상수원 문제 등 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을 모색한 바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갈등 사안별로 관련 부서에서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관리한다. 또한 도 조례에 있는 분쟁위원회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그런데 각 자치단체간, 주민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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