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0여가지의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모두 ‘모르쇠’로 부인하거나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국정원 특활비 17억여원 수수,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소유 의혹, BBK와의 연관성, 삼성전자 다스 소송비 60억 대납 등과 관련하여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외에 공직선거법이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여개 안팎의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단군 이래 최대의 범죄 혐의라 할 만한 수많은 의혹에 대해 ‘자신은 알지 못했다’거나 ‘실무자들이 한 일’이라고 발뺌만 하고 있으니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가 없다. 이명박은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측근들과의 대화 과정에서도 “나는 재벌들한테 돈 안 받고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밑에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만 깨끗하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발언을 내놓았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한때 나라를 운영했던 최고지도자라면 자신이 저지른 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끝까지 오리발 내민 처신이 오히려 이명박스러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러한 자세는 14일 오전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며 자신이 마치 억울한 정치보복의 희생양인 듯 몰아가는 연출에서도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이명박의 범죄 혐의는 영포빌딩 지하에서 나온 자료나 이명박의 집사였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최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 다스의 사장과 전무 등의 진술뿐만 아니라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 작은형 이상득 전 의원, 조카 이동형·김동혁씨,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등이 사실상 모두 등을 돌림으로써 증거와 정황이 넘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100억원대의 뇌물 수수와 다스 관련 3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해 일관되게 모두 부인했다. 뇌물 등의 범죄 혐의가 대부분 심각하고, 조사과정에서 부인하면서 국민과 사법당국을 기만한 이명박에게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1년 기간 내 비리로 점철된 전직 대통령을 두 번 구속시키는 것은 검찰로서 부담이 아니라 정의와 역사를 바로세우고 법 앞에 평등을 실현시키는 빛나는 성과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처럼 “복수의 일념으로 전직 대통령의 개인비리를 집요하게 들춰냈다”거나 “모든 정치 현안을 6·13 지방선거용으로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대는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아예 무시해 버려야 한다.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법’과 ‘정의’의 원칙하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해야 한다.

이명박이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갈 때나 조사 후 검찰을 나설 때 자신들의 지지자들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국민들의 민심이 냉랭한 지를 잘 보여준다. 현재 여론조사의 수치로는 70%이상의 국민이 이명박의 구속을 원하고 있다. 박근혜에 이어 이명박까지 구속된다면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기득권 세력과 유착되어 있고 이중적이며 못된 인간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현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인물들을 지도자로 만든 보수세력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역시 범죄와 비리를 저지르면 구속되어야 하고, 법 앞에 지위고하는 없다는 인식이 이번 기회에 사회에 정착된다면 그건 이명박 사건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성과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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