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돌리며 공이 떨어질 곳으로 달려간다. 한 손으로 라켓을 들고 공을 힘껏 쳐서 높은 네트를 넘기는 휠체어 장애인 선수의 테니스 경기를 보는 순간 박수와 탄성이 넘친다. 동작 하나하나가 춤처럼 아름답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테니스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일반인에 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어 시합에 나간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와 노력의 결과다.

장애인 선수들이 테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 비장애인과 다른 점은 딱 하나다. 공의 바운드가 두 번이라는 점이다. 한 번 더 튀기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휠체어로 달리고 회전을 하여 방향을 잡고 공을 네트 너머로 넘겨야 한다. 얼마나 연습을 하면 불편한 휠체어 의자에 앉아서 테니스를 잘 할 수 있을까. 수원시장애인테니스협회의 김동명 감독과의 만남으로 장애인테니스 선수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김동명 감독은 경기도장애인테니스협회 이사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현재는 수원시장애인테니스협회의 감독 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수원시에 소속된 선수들은 일 년에 네 곳의 큰 대회에 출전한다. 서울오픈, 코리아오픈, 대구오픈, 부산오픈이 여기에 해당된다. 비장애인도 레슨하고 가르치지만 수원시장애인체육회의 우수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도 비장애인들을 가르치다가 휠체어 장애인 테니스 지도를 하면서 절로 삶의 겸허함을 배웁니다. 협회에서 활동하고 배우는 선수들은 99%가 지체장애 되고 난 이후 테니스를 시작한 분들이죠. 이전부터 테니스를 했던 선수들은 없어요. 테니스 선수 정현을 삼성에 데리고 갔던 허도영 장애인테니스협회 부회장 같은 경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였죠. 그와 코치생활도 함께 했는데 오랜 시간 흘러 수원에 이사 와서 보니 그도 장애인이 되었더라고요. 특별한 경우 빼고는 후천적 장애인이 되어 테니스를 처음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김동명 감독은 언제부터 테니스를 시작한 걸까. 전라도 해남에서 태어났고, 어린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우연한 기회에 박정희 대통령이 김동명 감독의 어린시절 태권도 하는 사진을 보고 청와대에 가서 시범을 보인 적도 있다고 말한다.

“시범경기 하는 사진이 2컷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어요. 대통령이 “얘가 누구냐. 데리고 와 봐라”라고 해서 청와대 초청장이 왔죠. 그런데 어릴 때 상장이나 그 때 받았던 초청장 모두 집에 화재 나서 불타버렸어요.”

테니스는 오히려 뒤늦게 시작했다. 몸이 민첩하고 운동에 재능이 있어서인지 학교 대표로 항상 육상, 축구, 배구 등에 출전했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어 형이 테니스 하는 것을 몰래 보고 하다가 중학교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골 면 대항 체육대회에서 축구 하다가 떨어지면서 크게 다쳐 테니스 선수도 그만뒀다.

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테니스로 자신의 인생을 일구었다. 전라도 광주에서 사업을 잠시 했지만 크게 사기 당하고, 야반도주하는 일도 있었다. 수원에 정착한 이후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인근 지역에 있는 아파트 테니스 코트에서 하루 종일 레슨했다.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한 테니스였지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역시 운동이 천직이다. 운동선수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지만, 김동명 감독처럼 삶의 방편으로 생각하며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인생이다.

수원시장애인테니스협회에서는 4년째 감독, 코치를 하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장애인테니스코트가 없어서 용인에서 시합 및 연습을 했다. 하지만 휠체어 테니스 전용 코트가 생기면서 수월하게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좌우 폭이 좁고 국제경기 할 수 있는 규격이 안되는 것이 아쉽지만 장애인이 테니스를 배우고 시합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수원은 삼일고등학교에서 경기도 대표의 90%가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정현 선수가 괜히 튀어나온 게 아니다. 장애인테니스 시합 역시 수원시의 경우 도민체전에서 3연패를 했다. 시의 지원을 받아 매년 4~5개 대회를 출전한다. 참가비와 숙박비, 교통비와 식비 등이 지원된다. 그 밖의 국제대회는 선수 개개인이 참가하는 편이다. 지난 주에는 2018년 국가대표 선수선발시합이 있었다. 임호원(남), 박주연(여), 김규성(쿼드) 세 명의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이 되어 올 한 해 시합에 출전한다. 수원시장애인테니스협회에서 가르치면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일본 같은 경우 장애인테니스 선수층이 많고 체계가 잘 되어 있어요. 장애인테니스 교실을 해도 유소년부터 키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테니스는 저변층 확대가 힘들어요. 동호회는 활성화되지만 선수들이 많지 않아요. 앞으로 휠체어테니스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생 선수 발굴도 하고,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야겠죠. 장애인이 되어 힘들게 휠체어타고 훈련하고 연습하는 선수들 모습 보며 저도 자기수양이 되는 것 같아요. 욕심을 내려놓게 되죠.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며 운동경기 하면서 즐거운 삶을 일구어나가는 것, 이게 재미고 보람이죠. 올해 30주년 결혼생활 묵묵히 기다려 준 아내에게 고맙고, 부족하지만 잘 커준 두 딸에게도 사랑을 전합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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