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한국의 은행들 어디로 가나

올해 한국경제는 시작하자마자 주가지수 1,000선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이로 인한 자산가치의 하락은 부유층에게는 상실감을 저소득층에게는 무한고통을 안겨줬다. 세계경제의 신용경색과 통화량 감소에 따른 영향일지는 몰라도 한국경제는 지나치게 휘청거렸다.
정부의 고환율정책과 원화가치의 하락은 수출이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극심한 내수침체를 불러 왔다. 또한 환율 방어를 위해서 정부가 풀어쓴 돈이 지난해 말 200억원 상회하자 “올 때 까지 왔다.”라는 자조적인 한탄 까지 들려 우리의 얼굴을 어둡게 했지만 아직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내의 주식가치가 많이 저평가 됐다는 국제애널리스트들의 말이 신뢰를 얻기 시작하면서 한국주식은 신년시작 두 달 만에 1,200 선을 회복 했다. 비록 여전히 등락폭이 크기는 하지만 외국인의 사자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경제가 과거와는 달리 구조가 탄탄하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구조조정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신용경색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 한해 우리나라의 경제전망 수치는 여전히 났다. 한국은행과 정부당국은 국민들에게 마이너스 성장을 경고하고 나서고 있지만 한국경제가 이미 바닥을 쳤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내수침체로 인한 중소기업의 붕괴에 대하여 정부의 대처가 너무 안일하다는 평가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흑자부도가 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은행이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당근과 채찍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상초유의 정부보증 이라는 고단수를 두었지만 은행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둔하다.
2월 기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로 사상초유의 금리다. 이에 관하여 미국의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통산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통화량이 증가하고 은행은 대출을 늘리는 것이 보통의 상식이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상식의 틀은 깨졌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출을 꺼리고 있다. 은행들이 이런 몸사림을 하는 데는 무엇보다 유동성확보와 자기기자본비율을 충당하기 위한 몸부림에 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서부터 최근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은행들이 입은 정확한 손실액은 상당히 크다고 추정만 할 뿐 은행들이 입을 다물고 있어 정확한 액수를 알 수는 없지만 제1금융권의 피해가 우리나라 금융계 전반에 확산되고 이로 인해 유동성 부족을 가져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에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외채상환문제가 겹쳐졌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의 외채상환 능력이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조달금리가 대출금리만큼 높은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한국경제가 격고 있는 부동산 자산 가치의 하락 문제는 우리나라 금융계와 부동산 업계를 동시에 치명타로 몰고 있다. 부동산 자산가치의 하락은 크게 은행에게 담보비율을 올리라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1000만원 가치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으나 2009년 2월 담보된 부동산 가치가 7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하게 되고 담보가 부족하면 수신 자금을 회수하려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고통은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해법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해법들을 풀어보면 우선 공장을 담보로 했거나 신용장을 담보로 했을 경우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방식이 있다. 그리고 아파트의 경우 매매를 직접적으로 줄어들게 했던 전매권제한 규제를 수도권전체로 확대 시행 한다는 것과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이런 극단적인 경기부양책이 은행의 입장과 맞아 떨어지면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어려운 점은 일시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은 모든 대출의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으며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여수신 규모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강압이나 요구에 의해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관해 “은행이 움직이려면 책임자 면책 이라는 초콜릿 보다는 은행의 조달금리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한다.
은행이 높은 조달금리를 이용해 돈을 구하는 어려움을 먼저 해결하게 되면 돈은 시장의 원칙에 의해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풀릴 것이며 이는 경기의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미국 그리고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지만 은행들의 달러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월이면 돌아올 만기외채와 모기지상환에 대한 불안감은 은행들을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올 한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은행들과의 소통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경기전반의 유동성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만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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