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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배움과 설렘을 보여준 영화 ‘칠곡가시나들’
김소라 기자 | 승인 2019.11.05 13:58

영화 ‘칠곡가시나들’은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80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칠곡에 사는 할머니들은 문맹이었지만 한글을 배우면서 세상을 배워간다. 할머니들이 영화 초반부에서 간판의 글씨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자신들이 아는 글씨를 소리 내는 모습이 진지하고도 귀엽게 보인다. 영화포스터에도 ‘인생 팔십 줄 사는기 와 이리 재밌노’라고 할머니의 손 글씨가 적혀있다.

저마다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고 거리를 점령하며 단체 무단횡단을 할 때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풍문으로 들었소’가 BGM으로 곁들어져, 포복절도하는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는 삶의 풍파를 견뎌온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7명의 할머니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서로 글씨를 읽으면서 친구가 되고, 아픔과 기쁨을 나눈다.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 2리 경로당 배움학교에는 열일곱 소녀로 돌아간 평균나이 86세의 늦깎이 학생들이 숙제를 안 해 와서 선생님께 혼나기도 한다.

‘가시나’는 주로 경상도에서 계집아이를 부르는 방언으로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경상도에서는 스스럼없이 애정을 담아 부르는 말로 통한다. 늙음이라는 나이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패기, 설렘과 기쁨을 다시금 느끼는 모습, 유쾌하고 호탕한 유머가 담긴 영화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은 남편들을 일찍이 여의고, 독립적으로 지내면서 마을 경로당을 중심으로 연대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다. 배움과 연대를 통해 또 다른 노후를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였다.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쓴 할머니들의 시가 영화에서 여러 편 소개되었다.

공 부

유촌댁 안윤선

지금이래 하마
한자라도 늘고 조치
원투쓰리포
영어도 배우고 한번
해보자

늙음을 우울하고 불행하게 그리지 않고, 즐겁고 유쾌하게 보여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근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실버세대가 만나고 있다. 바야흐로 고령사회다. 노인의 시선에서 노인의 삶에 집중한 드라마, 영화는 전 세대를 공감하는 스토리가 된다. 노년층들 역시 적극적으로 자아를 찾아나가며 진정한 나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영화 마지막 “고마 사는 기, 배우는 기 와 이리 재밌노!”라고 말한다. “때론 컨닝도 하고, 농땡도 피워가며 ‘가갸거겨’ 배웠더니 한 자 한 자 시까지 짓게 되었다”는 할머니들. 이 영화는 ‘가시나들’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인생을 마스터했지만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과 한글은 마스터했지만 인생이 궁금한 20대 연예인들의 동고동락프로젝트다. 이처럼 노년의 삶이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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