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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태실 - 보존과 활용 대책이 필요한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김희태 기자 | 승인 2019.11.19 10:15

앞선 광주 원당리 연산군 왕자 돈수 태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성종 왕녀 태실 2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위치는 원당리 마을회관의 뒤쪽에 있는 산으로, 별도로 올라가는 길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가파른 산을 헤치며 정상으로 향하다 보면 정상에 못 미쳐 태실비 2기를 차례로 마주할 수 있다. 연산군 왕자 돈수 태실처럼 이곳의 태실비 역시 쓰러진 채 방치된 모습이다. 본래 해당 태실비 모두 정상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금도 남아 있는 태함의 덮개 흔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여기서 눈 여겨봐야 할 점은 성종 이전의 태실의 경우 왕자의 태실은 조성되었지만, 공주나 옹주 등의 왕녀 태실은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왕녀 태실이 등장한 시기가 바로 성종 시기로, 현재 남아 있는 태실의 흔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 성종 시기부터 세워지기 시작한 왕녀 태실, 보존과 활용 대책이 필요한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

해당 태실의 경우 태실비의 상태는 비교적 좋은 편으로, 모두 앞면에 ‘왕녀태실(王女胎室)’이 새겨져 있다. 뒷면의 경우 눕혀져 있는 상태라 확인이 어려운데, 논문이나 기타 자료 등을 취합해보면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A)

A. 왕녀태실(王女胎室)
‘성화십칠년칠월이십일일입석(成化十七年七月二十一日立石)’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B)

B. 왕녀태실(王女胎室)
‘성화십칠년칠월이십사일입석(成化十七年七月二十四日立石)’

뒷면의 명문을 보면 2기의 태실이 3일의 시차를 두고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연대를 알 수 있는 성화는 명나라 황제인 헌종(=성화제)의 연호로, 성화 17년을 환산해보면 1481년(=성종 12년)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해당 태실의 태주는 1481년 이전에 태어난 성종의 왕녀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연호와 유사한 태실이 세워진 사례가 있는데, 바로 밀양시 무안면 삼태리에 있는 ‘밀양 조선 성종 왕녀 태실(=성화 17년 왕녀 태실, 경상남도 기념물 제29호)’이다. 산 정상에 조성된 태실에서 2기의 태실비가 확인되는데, 왕녀 태실이라는 점과 성화 17년에 태실이 조성되었다는 점은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과 유사성을 드러내고 있다.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의 원경. 마을회관 뒤쪽 산 정상 부근에 태실비가 남아 있으며, 편의상 뒤쪽 태봉으로 부른다.
정상에서 확인되는 태함의 흔적
뒤쪽 태봉의 정상. 태함의 흔적과 함께 10시 방향에 태실비가 눕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태실비 뒷면에 새겨진 명문은 출생일이 아니라 태실비를 세운 날짜라는 점에서 해당 태실이 누구의 것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도굴과 관리의 부재 속에 방치된 태실의 현재 모습은 그 자체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한편 경기도에 남아 있는 태실 가운데 성종의 왕녀 태실로 확인된 사례는 ▲고양 효자동 태묘 ▲양주 황방리 왕녀 승복 태실이 있는데, 두 곳의 태실지 모두 훼손되어 원형을 잃어버렸다. 그렇기에 태실비와 원형이 잘 남은 편에 속하는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A)의 비두
광주 원당리 성종 왕녀 태실(B)의 비두
태실비를 지탱하고 있는 나무. 나무가 없었다면 진작 유실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광주시 원당리에서 확인된 태실은 크게 성종 왕녀 태실 2기를 비롯해 연산군 왕자 돈수의 태실 등이 밀집된 형태로, 남아 있는 태실비의 상태 역시 좋은 편에 속한다. 다만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태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태실 역시 방치된 채 남아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이렇게 흔적이라도 남아 있지만,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현장 자체가 주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비지정 문화재인 탓에 이정표나 안내문 등이 전무해 알고 가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찾기란 쉽지 않은 곳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화성시에 소재한 정숙옹주 태실비에 대한 시 문화재(=화성시 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점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 더 늦기 전에 해당 유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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