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천 둔치가 또 범람했다. 지난 6월 30일 이후 13일 만이다. 기상청 자료를 확인해 보면 지난 6월 30일은 285mm, 7월 13일은 139mm의 폭우가 내렸다. 폭우가 내리면 오산천의 중하류에 위치한 오산천 오산시 구간의 둔치는 범람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오산천의 경우에는 자연재해로 인한 범람으로만 볼 수 없다. 오산천의 주 수원(水原)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오산천의 상류에는 신갈저수지(기흥저수지)가 있다. 신갈저수지는 오산천의 수량과 수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신갈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오산천의 수량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에서 신갈저수지의 수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오산천은 삼성전자 화성, 기흥 사업장의 방류수(47,000톤/일)가 주 수원이다. 여기에 상류에 있는 용인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중류에 있는 동탄 하수처리장의 방류수가 일부 수량을 더해 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오산 지역구 국회의원인 안민석 의원은 농어촌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신갈저수지에서 1일 2만톤의 방류를 결정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농어촌공사는 약 10여 일을 방류한 후 다시 수문을 걸어 잠궜다. 그리고 오산천의 상류에 걸쳐 있는 용인시 기흥구청은 신갈저수지 방류구 하류(오산천의 최상류)의 준설공사를 시작하였다. 행정기구와의 협의도 되지 않은 행보였다.

285mm의 폭우가 내린 지난 6월 30일 농어촌공사는 마침내 수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산천 둔치는 물에 잠겼다. 오산 시민의 혈세 수십억 원을 쏟아부은 오산천의 작은 정원과 여러 편의 시설은 오산천의 범람에 속수무책으로 쓸려 나갔다. 7월 13일에도 139mm의 폭우가 내렸다. 오후 5시경 확인한 오산천은 약 1m가량의 여유 수위가 있었다. 신갈저수지의 수문만 개방하지 않는다면 다시 범람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후 6시 농어촌공사는 어김없이 신갈저수지의 수문을 개방했고, 7시경 오산천 둔치는 또 다시 물에 잠겨버렸다.

오산천 범람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이다. 갈수기에 방류하지 않는 원망은 뒤로 하더라도 장마철에 호우 예보가 있음에도 저수율을 조절하지 않고, 저수율이 75%가 되어야 방류하는 농어촌공사의 이기적인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 농업의 중요성과 농어촌공사의 역할은 존중하지만 지역의 피해가 당연하다는 듯 매번 감수할 수는 없다. 지역과의 상생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뚜렷한 인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하천이 범람한다는 것은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생태계의 서식지에 큰 변화가 생긴다. 상류의 쓰레기가 떠내려 오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수인성 감염병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물론 오산천 둔치의 시설물들에 대한 물적 피해 또한 크다.

12년 만에 오산시장이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2년 만에 오산천이 범람한 다음 날인 7월 1일에 취임한 이권재 시장은 농어촌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수문 개방 시 협의 주체인 안전관리과(재난안전과)와 오산천의 관리를 담당하는 생태하천과의 업무 조정도 필요하다. 관리의 주체와 협의의 주체는 일치하는 것이 좋다.

오산천은 오산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산책과 취미 활동 등 여가 활동의 주축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산천은 오산 시민의 것만은 아니다.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지켜줄 생명들이 숨 쉬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산시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자 생명들의 삶의 터전인 오산천을 보호하고 유지할 의무가 있다. 새로운 오산시의 행정을 기대한다.

신춘희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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